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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피엔 작성일21-07-21 20:05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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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전한 시장 혼란
[경향신문]



실거주 등 이유 갱신 거절 잇따라
계약 관련 분쟁 건수도 크게 늘어
제도 허점에 입법 보완 필요성도
#1. 서울 중랑구에 사는 A씨는 지난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청구권’ 덕에 홀로 거주하는 아버지의 임대차계약을 어렵지 않게 2년 연장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만원의 ‘반전세’인 해당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5월을 앞두고 A씨가 “계약을 2년 연장하고 싶다”고 밝히자 집주인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임대료 인상도 법이 정한 한도대로 기존 임대료의 5%선으로 합의했다.

#2. 서울 구로구 소재 보증금 2억9000만원짜리 주거형 오피스텔의 세입자인 B씨는 전셋집을 새로 구해야 했다. 전 집주인은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후 B씨가 계약 갱신 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오피스텔을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놨고, 새 집주인은 실거주해야 한다면서 올해 12월 만료되는 전세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B씨는 “새집에 입주할 때까지 10개월 정도 공백이 있어서 막막하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시행 1년을 맞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상반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새 임대차법에선 임차인(세입자)이 1회에 한해 기존 계약 연장(2년)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했다. 임대인(집주인)은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인상은 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임대차 3법’으로 불리던 ‘전·월세신고제’도 올 6월부터 시행됐다.

30년 넘게 ‘2년’으로 굳어진 주택임대차계약 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자는 게 새 임대차법 기본 취지지만 세입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합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아홉 가지다. A씨와 B씨 사례처럼 계약 갱신 성공 여부에 따라 주거안정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집주인 따라 복불복”이라고 세입자들은 말한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다툼이 크게 늘었다. 20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를 보면 법 시행 전 월평균 2건(2020년 1~7월)에서 시행 후 월평균 22건(2020년 8월~2021년 6월)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384건에서 1240건으로 3.2배 증가했다.



집주인 “내가 살 거니까 비워달라”
갱신청구권 무력화 비일비재
제도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집주인이나 그의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해야 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집주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둔 조항이지만 이를 악용해 세입자를 내쫓다시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노원구에서 보증금 3억9000만원의 아파트에 거주 중인 C씨는 오는 8월 계약만기를 앞두고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의 통보에 부랴부랴 보증금 5억원짜리 인근 아파트 전세를 구하고 계약금 이체도 완료했다. 그런데 대뜸 집주인은 “아무래도 보증금을 빼주기가 힘들다”며 새 세입자를 들이겠다고 C씨에게 연락해왔다. C씨는 “처음부터 전세금을 올려 새 세입자를 들이려는 속셈 아니었나 싶다”며 “집주인을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보증금 6억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던 D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1월 계약만료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 부동산중개업자가 문자메시지로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니 계약이 끝나면 나가셔야겠다”고 통보해왔다. 불안했던 D씨는 결국 이사를 결심하고 새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부동산에서 “실은 (집주인이) 반전세로 돌리고 싶어 한다”고 전해왔다. 그는 “언제 또 실거주 운운하며 나가라고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사비와 중개비 정도만 받고 올 4월쯤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파워볼사이트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뒤 세입자를 새로 들이면 손해배상청구를 당하기 때문에 세입자 스스로 나가게끔 만드는 것”이라며 “실제 유사한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 실거주 때 예외 조항
전셋값 올리는 꼼수로 활용
갱신, 5% 초과 인상 수두룩
당사자 합의만 하면 ‘합법’
부동산 사이트엔 심심찮게
“갱신 포기 각서 받은 매물”
전·월세상한제도 상황에 따라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E씨의 경우 본인 소유 집을 전세로 준 뒤 자신은 보증금 10억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 집주인인 동시에 세입자인 셈이다. 계약 갱신 시기가 다가오자 E씨의 임대인은 “보증금을 2억원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로 들어가겠다”고 통보해왔다. 임대료 상승 법정상한(5%)의 4배에 달하는 요구였지만 아쉬운 쪽은 E씨였다. 그는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자신의 세입자에게도 보증금을 법정상한이 넘는 2억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전세 구하기가 어렵고, 전세가격이 최근 급상승한 지역에서는 갱신청구권 행사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5% 넘게 더 올려줄 수 있다”며 세입자가 먼저 제안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법인 임대차법 특성상 계약당사자 간 합의만 이뤄지면 5% 상한을 넘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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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이후 주택이 매매됐을 때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우선인지 새 집주인의 실거주권이 우선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매매 과정에서 중개인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해 매수인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그러자 세입자에게 청구권 행사 ‘포기 의사’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각서를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F씨는 “중개인이 ‘집이 팔리면 어차피 청구권 행사 못한다’며 포기 각서를 써달라고 했다”며 “너무 불쾌해일단 거절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사이트 등을 보면 “(청구권) 포기 각서를 받은 매물”이라는 소개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갱신 거절 사유로 인정되는 임대인의 ‘실거주’는 주관적 거주의사와 관련된 부분이라 이를 두고 분쟁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실거주 사유의 기준들을 법에서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집주인의 실거주 사유를 꼭 인정해야 한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증빙과 양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워볼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집주인 실거주 사유의 경우 개인 재산권이나 부동산 사용수익권을 보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추가 규제보다는 계약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분쟁조정위 등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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